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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륜구동 전환: K70과 Passat B1의 이야기

폭스바겐의 전륜구동 전환: K70과 Passat B1의 이야기

벌써 3년이 넘었지만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물론 내 수첩에도 고스란히 적혀 있다. 폭스바겐 클래식 소장차 차고를 다녀온 뒤에는 뒤 엔진 폭스바겐의 변천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이 회사가 어떻게 앞바퀴굴림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는지 들여다본다.

폭스바겐은 곧 뒤 엔진이었다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뒤에 공랭식 엔진을 얹은 차가 떠오른다. 이 배치는 1930년대 말에 정착했고 1960년대까지 완고할 만큼 유지됐다.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뒤 엔진 플랫폼은 값싼 비틀에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왜건, 스포츠카, 밴, 미니버스, 심지어 군용차까지 이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술진은 이 방식을 너무도 고집한 나머지 미국 시장용 대형 세단까지 뒤 엔진으로 설계했고, 당시 신형이던 포르셰 911의 부품도 가져다 썼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험 단계에서 멈췄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앞바퀴굴림을 찾다

기존 질서에 처음 도전한 곳은 볼프스부르크였다. 비틀의 후계차, 곧 훗날의 골프를 개발하던 때였다. ‘가로배치 엔진, 수랭식 냉각, 앞바퀴굴림’이라는 최종 공식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1967년의 첫 시제품 EA 235는 엔진을 앞에 두었지만 뒷바퀴굴림을 유지했다. 1969년의 3도어 EA 276은 앞바퀴굴림이었지만 여전히 비틀에서 가져온 공랭식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시험용 폭스바겐 EA 235 시제품
폭스바겐 EA235
1969년형 3도어 폭스바겐 EA 276 시제품
폭스바겐 EA 276

폭스바겐이 1964~1965년에 걸쳐 차례로 인수한 아우토 유니온의 경험을 활용하면 되지 않았을까? 아우토 유니온의 DKW와 아우디는 1930년대부터 앞바퀴굴림 기술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폭스바겐 경영진은 브랜드끼리 기술이나 시장이 겹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폭스바겐 최초의 앞바퀴굴림차는 전혀 다른 회사에서 왔고, 그 회사는 아우디가 아니었다.

공장을 사려고 NSU를 샀다가 차까지 얻다

1968년 12월 쿠르트 로츠가 폭스바겐 수장이 됐고, 초기에 내린 큰 결정 가운데 하나가 소규모 업체 NSU를 인수하는 일이었다. 당시 NSU는 값싼 소형차와 로터리 엔진을 단 고급 세단 Ro80을 만들고 있었다. 폭스바겐은 NSU의 기술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특히 연료를 많이 먹고 신뢰성도 낮아 회사를 심각한 재정난에 빠뜨린 반켈 로터리 엔진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인수의 핵심 목적은 네카르줄름에 있는 NSU 생산시설이었다. 폭스바겐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곧 아우디 차량 생산기지로 지정됐다. 폭스바겐은 NSU의 앞바퀴굴림 모델도 함께 가져왔다.

폭스바겐 K70이 된 NSU K70 세단
폭스바겐 K70

1969년 초 출시를 앞둔 NSU K70 세단은 고급스러운 Ro80보다 저렴하고 전통적인 대안으로 개발됐다. K70의 K는 독일어 Kolben, 즉 ‘피스톤’을 뜻한다. 로터리에서 일반적인 4기통 엔진으로 바뀌었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첫 공개는 1969년 3월 제네바 모터쇼로 잡혀 있었고 공식 전시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갔다. 그러나 차는 전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막 NSU를 인수한 폭스바겐이 새 경영진의 다른 계획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공개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세단에는 폭스바겐 표지가 붙었고 장식도 약간 바뀌었다. 생산은 잘츠기터의 폭스바겐 공장으로 옮겨졌고 1970년 9월 폭스바겐 K7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폭스바겐 클래식 소장차의 폭스바겐 K70
고전적인 앞바퀴굴림 폭스바겐 K70 세단의 계기판과 실내
폭스바겐 표지가 붙은 K70 앞부분
폭스바겐 K70 실내

폭스바겐 K70을 직접 몰아보면

값싼 뒤 엔진 차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조사에 K70은 기술적으로도, 사용감에서도 큰 도약이었다. 실내는 놀랄 만큼 편안했다. 노출된 금속이 거의 없고 플라스틱, 인조가죽, 카펫으로 모두 마감됐다. 길이는 265mm 짧았지만 더 큰 볼가 24보다 넓고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라디오와 회전계가 기본이었고, 당시 언론은 환기와 난방 성능도 높이 평가했다.

마감재로 완전히 덮인 K70 실내
자동차용 라디오 A-271

1.6 엔진과 변속기

NSU가 개발한 1.6리터 엔진에는 위쪽 캠축 하나와 2단계 솔렉스 기화기가 달렸다. 기본형은 75마력이었고, 소장차인 파란 세단에는 압축비를 8.0:1에서 9.5:1로 높인 선택형 90마력 엔진이 들어 있다. 엔진은 활기차고 4500회전까지 기꺼이 올라가서 K70이 오늘날 독일 교통 흐름에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K70의 1.6리터 위쪽 캠축 엔진
고전적인 폭스바겐 K70 실내
폭스바겐 K70 엔진실
폭스바겐 K70 짐칸

반면 4단 수동변속기는 눈에 띄게 흐릿하고 감각이 없다. 변속기가 운전자 바로 옆에 있고 단단한 연결봉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독립식 세미 트레일링 암을 쓴 섀시는 당시로서는 앞선 구성이었지만 한 가지에만 뛰어나다. 승차감이 아주 부드럽다는 것, 어쩌면 지나치게 부드럽다는 점이다.

K70 변속레버와 중앙 콘솔
앞바퀴굴림 폭스바겐 K70 세단의 배치
K70 페달과 운전 자세
폭스바겐 K70 엔진실

조향과 차체 기울어짐

보조장치 없는 랙 앤 피니언 조향은 피드백이 적고, 운전대를 꽤 많이 돌려도 차의 방향이 바로 바뀌지 않는다. 앞뒤 모두 안티롤 바를 달았지만 코너에서는 차체가 크게 기운다. 뒤쪽 바는 1973년에 삭제됐다. 이런 부분은 당시의 평범한 폭스바겐들이 오히려 더 나았다.

옆에서 본 폭스바겐 K70
폭스바겐 K70
뒤쪽 사선에서 본 K70
1960년대 말에 만든 희귀한 NSU K70 콤비 왜건 시제품. 이 왜건형은 양산되지 않았고 세단만 생산됐다.

K70은 왜 실패했나

이런 특성만이 K70이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아니었다. 사양도 가격도 폭스바겐의 다른 차들과 동떨어져 있었다. 출시 가격은 최소 9450독일마르크로, 더 고급스러운 아우디 100보다 고작 150마르크 쌌다. 구매자들은 대체로 아우디를 택했다. 생산도 수익성이 없었다. 다른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와 공유하는 부품이 거의 없었고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이 모두 전용품이라 비쌌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K70 뒤쪽과 짐칸
폭스바겐 K70

K70은 1975년에 단종됐다. 로터리 엔진을 단 NSU Ro80보다도 2년 빨랐다. 총 21만1000대가 만들어졌고 직접적인 후속차도 없었으며 기술적 유산도 이어지지 않았다.

K70 계기판과 계기류
폭스바겐 K70

세 시제품과 최종 승자

하지만 방향 자체는 옳았다.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폭스바겐에는 중형차가 절실했다. 다가올 골프의 설계는 1970년에 마무리됐지만 더 큰 차는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개발됐고, 1972년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시제품이 존재했다.

시험용 안전 폭스바겐 ESVW I
폭스바겐 ESVW 1
ESVW I의 뒤 엔진 배치
폭스바겐 ESVW I (뒤쪽 모습)
  • ESVW I(시험용 안전 폭스바겐)는 교통사고 사망과 부상을 줄이려는 미국의 대규모 사업에 참여한 차로, 보수적인 길을 택했다. 뒤 엔진,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 뒷바퀴굴림이었다.
  • 폭스바겐 EA 272, 다른 기술진이 만든 이 차는 혁신적이었다. 4도어 패스트백에 앞바퀴굴림, 가로배치 수랭식 엔진, 피닌파리나 디자인을 결합했다. 사실상 큰 골프였다.
  • 하지만 실제로 선택된 것은 세 번째 구상이었다.
폭스바겐 EA 272 패스트백 시제품
폭스바겐 ESVW I
뒤에서 본 EA 272의 피닌파리나 디자인
폭스바겐 ESVW I

파사트 B1: 다른 옷을 입은 아우디 80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폭스바겐 경영진은 이전 약속을 뒤집었다. 1973년에 나온 중형 1세대 폭스바겐 파사트는 앞서 공개된 아우디 80의 변형형이 됐다. 따라서 배치도 아우디와 비슷했다. 직렬 4기통 엔진을 세로로 두되 K70처럼 앞차축 위가 아니라 앞쪽 오버행 안에 완전히 넣었고, 드라이브샤프트는 변속기 하우징에서 바깥으로 뻗었다.

아우디 80을 바탕으로 손본 1세대 폭스바겐 파사트
1세대 폭스바겐 파사트(B1)

이탈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아우디 80을 다시 다듬는 일을 맡았지만, 겉모습에서 파사트는 기본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조등과 범퍼 변경도 전체 인상에는 작은 영향만 줬다. 확실히 달랐던 것은 차체 종류였다. 두 모델에 공통으로 있던 것은 5도어 왜건뿐이었고, 그것도 모든 시장에서 팔린 것은 아니었다. 1973년 8월 출시 당시 파사트 가격은 9060독일마르크로 아우디 80보다 겨우 10마르크 쌌다.

2도어 폭스바겐 파사트 B1 패스트백
고전적인 3도어 폭스바겐 파사트 B1 패스트백

2도어 GLS를 몰아보다

내가 탄 파사트는 기본형 2도어 차체였다. 처음 보면 해치백 같지만 뒤 유리는 고정돼 있고, 짐칸은 작은 경사진 덮개만 열린다. 당시 독일 업계가 좋아하던 방식이다. 1975년에 진짜 해치백 파사트가 나온 뒤에도 이런 패스트백은 계속 판매됐다.

파사트 패스트백의 고정식 뒤 유리와 작은 짐칸 덮개
고전적인 1세대 폭스바겐 파사트 B1 짐칸

이 차는 상위 GLS 사양으로 나무무늬 마감, 중앙 콘솔, 순정 라디오가 들어 있다. 그래도 문틀에는 노출된 금속이 보인다. 파사트와 K70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등급도 다르고 크기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사트의 착좌 자세와 인체공학은 현대차 기준에 꽤 가깝다. 좌석은 더 단단하고 운전대는 덜 눕혀져 있으며 변속레버는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있다.

나무무늬 마감의 파사트 GLS 실내
고전적인 폭스바겐 파사트 B1 실내
파사트 계기류와 중앙 콘솔
폭스바겐 파사트 B1
파사트 GLS 앞좌석
1970년대 유럽차에 흔했던 A-271/A-275 계열 표준 라디오가 들어간 중앙 콘솔
파사트 문틀의 노출 금속
폭스바겐 파사트 B1 실내

이 폭스바겐은 폭스바겐답게 달린다. 조향 보조장치는 없고 조향비가 느리지만 정확하다. 4단 수동변속기는 또렷하게 들어가고 차체는 단단하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트레일링 암에 물린 전통적인 일체형 빔이 있다. 모스크비치 2141과 비슷한 구성이다. 파사트는 세미 트레일링 암을 쓴 K70보다 직선에서도 코너에서도 더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다.

도로 위의 파사트 B1
폭스바겐 파사트 B1 실내에는 문틀에 독특한 직사각형 거울이 달려 있다
파사트 앞 서스펜션
순정 4단 수동변속기 레버
파사트 B1 뒤 빔 차축
안쪽으로 들어간 열림 버튼이 있는 고전적인 크롬 문손잡이
코너를 도는 파사트 B1
흡기 그릴에 순정 앞유리 세척 노즐이 들어간 폭스바겐 파사트 B1 보닛

앞쪽 엔진이 핸들링을 망칠까? 물리 법칙을 속일 수는 없지만 마른 아스팔트에서는 언더스티어보다 차체 기울어짐이 더 먼저 신경 쓰인다. 1975년에 등장한 85마력 1.6리터 기화기 엔진은 1979년까지 계열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다. 역할은 충분히 해내지만 회전 상승이 느리고 당기는 힘도 보통이다. 아마 그래서 무거운 앞부분이 심각한 문제로 취급되지 않았고, 주행 성격을 개선하는 변화도 늦게 나왔을 것이다.

파사트 B1의 1.6리터 기화기 엔진
폭스바겐 파사트 B1

그리고 골프가 등장했다

파사트가 나온 지 1년 뒤 폭스바겐은 1세대 골프를 내놓았다. 회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첫 본격 앞바퀴굴림 모델이었다. 골프와 함께 뒤 엔진 폭스바겐 승용차의 시대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1세대 폭스바겐 골프
기술 도면
폭스바겐 클래식 소장차의 골프, K70, 파사트
고전적인 앞바퀴굴림 폭스바겐 파사트 B1의 세로배치 직렬 가솔린 엔진

파사트의 구조는 이후 세 번 더 바뀌었다. 1988년 3세대는 동력계를 가로로 배치했다. 1997년 5세대는 아우디의 세로배치 플랫폼으로 돌아갔지만 6세대는 다시 가로배치로 복귀했고 이 방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다만 K70에서 얻은 교훈을 완전히 익힌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회사는 나중에 페이톤으로 비슷한 실험을 반복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자.

나란히 선 폭스바겐 K70과 파사트 B1
1세대 폭스바겐 파사트 B1

사진: 이고리 블라디미르스키 | 폭스바겐

이 글은 번역문이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어떻게 앞바퀴굴림으로 전환했나: K70과 파사트 B1 고전차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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